* 유사쿠 시점으로 진행되는 아카코

 

 

 

 

 

 오랜만에 연락하는가 싶었던 아들이, 처음으로 꽤 진지한 부탁을 해왔다. 한 남자로 변장해 잠시간 그 남자의 연기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부탁 내용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내가 문제 삼고 있는 것은 그 남자와 본격적으로 엮인 그 날 이후로 바뀐 아들의 상태다. 굳이 내쪽에서 언급하기 전에 말을 얼버무리고, 시선 정리가 똑바르지 않은 것을 보면 무언가 내게 단단히 숨기고 있음이 분명했다.캐묻는 것도 좀 그렇다 싶어 먼저 이야기를 꺼내오길 기다렸지만 아들의 태도를 봐서는 한참이 걸릴 듯싶다. 그러니 이번 부탁을 들어줄 겸, 잠시간 아들의 상태를 살펴볼까 한다. 정확히는 아들이 숨긴 것을 캐내는 것이 목적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했던 조금 전 과거의 나를 후회한다. 길진 않아도 길게 산 삶에서 처음으로 한 후회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남자를 집에 들인 것이 문제인가? 아들을 미국으로 데려가지 못한 것인가? 따지고 보면 원인을 제공할 법한 일은 더 수두룩 했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 깊이 찾아오는 편두통에 이마를 짚었다.

 

 

 

 

 

 먼저 사건의 발달은 이러했다. 밥의 준비를 마쳐 서재에 틀어박혀 있는 아들을 부르러 간 그가 한동안 서재에서 나오지 않아 직접 찾으러 갔었다. 문 앞에 다다르자 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신경 쓰여 아들과 그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는가 싶었다. 그리고 난 그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고 문에 귀를 대었다. 희미하게 들려오던 목소리들이 점점 똑똑히 들려오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요! 스, 바루…씨!'

 '괜찮아요, 어차피 밖에는 안 들린답니다.'

 '하지만 유사쿠 씨가 찾으러 오면…'

 '아마 아직 주방에 계실 거예요.'

 

 

 …? 이게 무슨 대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귀를 더 붙였다. 남자와 자신의 아들, 두 사람의 목소리인 것은 분명했다. 이야기의 상황상 남자가 아들에게 무언가를 하려고 하고 있고 아들은 내가 있으니 자제하라는 투였다. 자 그럼, 두 사람이 내게 비밀로 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 무얼까. 추리해내지 않아도 뻔히 나오는 답이 한 가지 있긴 했다. 그것이라 생각하고 싶지 않은 그런 상황이.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 문을 벌컥 열었다. 나는 내 예상, 또는 추리가 들어맞았을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 하지만 그것이 언제나 그렇다고 말할 순 없는 법이다. 두 사람의 시선이 내게 닿자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주 절경이로군."

 

 

 다행스럽게도 나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아버지처럼 냉랭하고, 편견이 강하며 아들의 사랑을 쉽게 방해하는 그런 아버지가 아니다. 아마도. 한 번 올라간 입꼬리가 두 사람을 놀리듯 진정되지 않았다. 나는 웃음을 유지한 채 두 사람을 거실로 불렀다. 그리고 두 사람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내 발걸음은 먼저 거실로 향했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 이른다. 거실로 따라 나온 두 사람은 변명조차 하지 않았다. 가만히 정좌를 한 채로 내게 시선을 맞추지 않은 채 머리를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릴 정도였다. 물론, 남자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저 소리의 주인공은 내 아들 녀석이겠지.

 

 

 "어디 변명이라도 해봐라, 코난 군."

 "……."

 "그럼 당신이 해보시죠, 오키야 스바루 군. 아니, 그 몸뚱일 움직이는 건 오키야 씨가 아닌 아카이 슈이치 군이니 자네가 대답해보게."

 

 

 남자가 시선을 돌린다. 허어…. 자동으로 나오는 한숨에 고개를 저었다. 안경을 벗고 눈을 꾹 눌렀다. 이제야 저녁때인데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 의 이야기도 아니고 아들을 아니, 초등학생의 남자아이를 다 큰 30대의 성인 남성이 감히. …입에 담지도 못 할 말에 고개를 떨궜다. 

 

 아까의 대화를 떠올려 보면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이 분명했다. 다시 머리가 지끈거려온다. 이런 식으로 아들의 처녀 상실을 알고 싶지 않았다. 동정 상실도 아니고, 처녀라니! 앞 기둥도 아닌 뒷구멍이라니! 숨이 턱 막히는 게 느껴졌다. 이런 상황에 어떤 대처가 좋을지 감이 잡히지 않아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 누가 이런 상황을 능숙하게 대처하겠는가. 다 큰 아들도 아닌 아직 초등학생인 자신의 아들이 성인 남성과 함께. 아니, 아니다. 말하지 말자.

 

 

 

 

 

 

 

 

 아아, 유키코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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