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지츠님 썰 참고해서 작성된 글입니다.
* 사랑에 목마른 신이치와 절대 사랑을 주지 않는 왼쪽
* 검은조직 AU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껏 여유로운 어느 날의 오후였다. 모종의 이유로 방 안에서 자주 나오지 못 하는 신이치는 남자와의 만남을 한껏 기다리며 빛도 들어오지 않는 창문틀에 멍하니 시선을 고정시켰다. 유일하게 방을 비춰주던 형광등이 곧 끝을 알리듯 방안에 어둠을 가져온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빛을 되찾긴 했지만 남자가 오면 말해둬야 겠다 생각하며 신이치가 크게 하품했다. 언제 오는 걸까. 빨리 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보았던 남자의 얼굴을 떠올리며 눈을 감고 침대에 누인 몸을 웅크린다. 그러기도 잠시, 신이치가 급히 몸을 일으켜 문을 바라봤다. 점점 이쪽으로 다가오는 발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고 신이치가 침을 꿀꺽 삼켰다. 제발, 제발.
- 똑똑
들려오는 노크소리에 곧장 침대에서 일어나 문앞으로 달려가 짧게 심호흡을 하고 머리를 정돈한다. 옷차림은 괜찮은지 몸을 돌려 다시 한 번 확인한 신이치는 문을 마주했다. 그리고
- 똑똑
들려왔던 노크 소리 만큼 똑같이 두 번 노크를 두드린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움켜잡고 떨리는 눈동자로 문 너머를 바라보는 것 같이 문을 바라봤다. 특별히 제작된 열쇠가 없이는 밖에서만 열 수 있도록 되어있는 문이라 수많은 잠금장치를 하나하나 풀어내는 소리가 안쪽에도 울려 퍼져왔다. 가슴을 움켜쥔 손에 점점 땀이 맺히고 문이 열리도록 뒷걸음질을 치자 그 순간 문이 벌컥 열렸다.
"오랜만이네요."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는 매혹적인 구릿빛 피부에 아름다운 금발을 한 남자였다. 사람 좋은 미소로 신이치를 바라보는 남자의 이름은, 아니 그의 코드 네임은 버번(Bourbon). 조직원 중에서도 정보 수집력이 가장 뛰어나 정보원으로 불리고 있는 남자는 시간이 될 때면 언제나 신이치를 만나러 오는 남자였다. 특별히 그를 지켜보라는 명을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남자는 즐겁다는 듯이 신이치를 찾아오곤 했다. 하루의 태반을 혼자서 지내오는 신이치에게 있어서 남자의 방문은 반가웠다.
"오늘은 조금 늦었네요."
들떠있는 자신의 감정을 들킬까 애써 표정을 감추고 신이치가 작게 웃어보였다. 자연스레 방으로 들어온 남자는 문을 닫고 곧장 침대로 향했다. 오늘은 어떤 임무를 하다 온 건지 정갈하게 차려입은 정장에 신이치가 눈을 굴렸다. 회색의 깔끔한 정장이 남자에게 무척 잘어울려 가슴이 쿵쾅 울렸다. 그마저도 남자에게 들키는 건 아닐까 싶어 고개를 세차게 젓고 남자가 앉아있는 침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 바닥에 던지고 겉재킷을 벗어 던진 남자는 평소보다 거칠었다.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요?"
"아뇨, 말할만한 일은 아니에요. 언제나 그렇죠."
"…할 거에요?"
조심스레 물어오는 신이치에 남자가 눈을 흘겼다. 눈을 내리깔고 작게 입술을 물고 있는 모습이 어지간히 이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 보인다. 남자는 속으로 픽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우며 신이치에게로 다시 눈을 흘겼다.
"아뇨, 오늘은 아무 것도 안 할거에요. 지쳤거든요."
그렇게 말하고 남자는 눈을 감았다. 그에 신이치의 표정은 순식간에 파랗게 질려버렸지만 남자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사실 보았다고 해도 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남자에게 신이치란 존재는 그러한 정도였고, 그렇게 깊이 마음을 준 사람도 아니었기에 오히려 남자는 이러한 상황이 즐거웠다. 자신의 한마디 한마디에 따라 표정이며 행동이 변하는 신이치는 한껏 임무에 지쳐 돌아왔을 때의 자신에게 있어 딱 놀기 좋은 장난감에 불과했다.
"그, 그래요. 오늘 많이 힘들었나봐요."
"맞아요, 그래서 말인데요."
신이치 군은 꽤 하고 싶은 모양이니까, 혼자서 할래요? 평소 밖에서 사람을 대할 때만 짓던 상냥한 웃음을 흘리며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에 신이치가 고개를 번쩍 들고 남자를 바라봤다. 그 짓을 할 때가 아닌 이상 쉽게 보여주지 않는 남자의 사랑스러움이 흘러 나오는 눈동자가 자신을 마주했다. 신이치가 침을 꿀꺽 삼키고 남자에게로 손을 뻗었다. 정말 해도 돼요? 하고싶다면. 하기 싫으면 안해도-. 남자의 말이 마치기도 전에 빠르게 입술로 다가온 신이치는 자신이 얼마나 그를 기다려왔는지 맹렬히 입술을 파고 들며 자신의 사랑을 전했다. 남자는 묵묵히 신이치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그래, 이 표정. 나는 이 표정이 좋다. 정말 자신을 사랑하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남자에게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자신에게만 매달려 오는 소년의 이 눈동자가. 가슴의 한 구석에서 무언가가 스물스물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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