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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 씨, 그거 알아요? 옛적에는 사냥을 마친 사냥개는 곧장 죽였대요.'
아이가 동그란 눈을 두어 번 껌뻑이며 내게 말했다. 나는 묵묵히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팔짱을 꼈다. 꽤 흥미로운 이야기 소재에 아이가 숨을 쉴 틈도 주지 않고 보따리를 우수수 쏟아낸다. 즐겁다는 듯 이야기하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눈을 감았다. 오늘은 햇볕이 꽤 따뜻하다.
*
'타-앙-'
무너져가는 건물 사이로 총성이 울려 퍼지고, 탄환은 가차 없이 내 가슴을 꿰뚫었다. 다행스럽게도 빗겨난 급소였지만, 위에서 떨어져 내려오는 건물 파편을 차마 피하지 못해 머리를 당하고 그 자리에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고개를 들어 탄환이 날아온 곳을 확인했다. 그곳에는……아이가, 서 있었다.
아이가 빙그레 웃으며 나를 내려봤다. 피로 물들어 잘 뜨지 못하는 눈으로도 아이의 웃음은 똑똑히 보였다. 언제나처럼 해맑은 웃음으로 나를 바라보며 아이의 눈이 커다란 안경 너머로 가늘게 휘었다. 잘게 흔들리는 눈동자를, 정신을 붙잡으며 아이에게 집중했다. 손동작, 숨소리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며 아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손마저 가차 없이 짓밟힌다.
"하, 지긋지긋한 네놈의 운명도 여기까지로군. 어떠신가? 그토록 믿었던 자한테 배신당한 기분은."
저음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다행히도 아까의 충격으로 인해 녀석에게 짓밟힌 손에서는 아무런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더러운 신발이 내 손을 밟고 있다는 건 상당히 기분이 나빠 미간을 찌푸렸지만. 남자는 보이지 않았는지 여전히 비릿한 미소를 짓는다. 그에 아이가 웃음을 지우며 입을 열었다.
"진, 그 발 치워."
"호오? 아직까지 그놈의 정이란 게 남아있나?"
"뭐? 하하, 설마. 너의 발크기를 다른 사냥개들한테 알리고 싶지 않을 뿐이야. 그리고 요새 통 나를 보지 않아 잊었나 봐."
내 명령에 토 달지 마. 아이가 입가에 미소를 걸쳤다. 눈은 하나도 웃지 않고 있다는 것이 섬뜩하게 느껴진다. 아이에게서 느껴지지 않을 법한 그런 섬뜩함이, 내 심장을 조였다. 아이의 말에 남자가 혀를 차며 손에서 발을 치우고, 근처에 있는 건물 파편 가루를 손등에 뿌려 그 위로 다시 짓누른다. 다시 느껴져 오는 불쾌함에 눈살을 찌푸리자 아이가 그걸 발견하고 코앞에 있는 돌을 차 남자의 종아리를 맞힌다. 그에 남자가 발에 들어가던 힘을 멈추고 아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이가 고갯짓하자 남자가 발걸음을 옮겼다.
"…아가."
"아직도 지껄일 입이 남았군."
부르지도 않은 남자가 투덜거린다. 아이가 말없이 남자를 노려보다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여느 때와 같은 미소, 여느 때와 같은 다정한 눈빛. 분명…그 아이가 맞는데…. 흔들리는 시야에 눈을 꽉 감고 다시 한번 뜨며 아이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어느새 한 걸음 한 걸음 내게로 다가오는 아이가 눈에 비쳤다. 남자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했지만 아이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싶었다. 내 코앞까지 다가온 아이가 나를 위해 한쪽 무릎을 꿇고 나를 바라봤다. 그와 동시에 저 멀리서 헬기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째서."
"예상외의 질문이네요. 어째서보다 언제부터, 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이의 말에 속으로 수긍했다. 언제부터 그들과 한패였는가, 물론 그것도 궁금했다. 아니 물어보고 싶은 건 산더미같이 쌓여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걸 알아낸다고 해서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순수하게 아이에게 궁금한 것을 질문했다. 알고 싶었다. 어째서…….
"왜 날 도왔지?"
아이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헬기 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준다. 온 힘을 다해 아이의 발목을 붙잡았다. 대답해. 나를 바라보는 그 눈동자에 그렇게 전했다. 아이의 푸른 눈동자가 흔들린다. 주머니에 꽂고 있는 손을 뻗어 내 손을 살며시 붙잡았다. 그리고 다정하게 내 손을 매만져 온다. 아이의 볼을 어루만지듯 조심스럽게 쓸어오는 아이에 의문을 표하며 시선을 올렸다. 아이의 눈이 가늘게 휘었다. 흔들리는 눈가가 애달프게 느껴진다.
"아가…?"
그때, 갑작스러운 총성과 함께 탄환이 내 어깨에 박힌다. 예고도 없이 찾아온 손님에 눈살을 찌푸리며 신음을 뱉어냈다. 아이의 발목을 잡은 손에 힘이 풀리자 아이가 재빠르게 일어나 내게서 멀어진다. 붉은 선혈을 뱉어내며 아이를 애타게 불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힘을 다한 내 목은 더이상 아이에게 내 마음을 전달해주지 못했다.
"잘 있어요, 아카이 씨. 말했잖아요. 사냥개는-"
사냥을 마치면 죽을 운명인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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