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퀘로 작성한 글입니다.
쿠도 신이치는 가끔, 아주 가끔 생각한다. 핫토리 헤이지는 꽤 멋있는 남자라고. 꽤? 아니 아주 많이. 제 소꿉친구에게는 투덜거리는 면도 있었지만 위험한 일에 휘말리면 반드시 지켜주겠다고 다짐하는 면모하며, 일상에서 드러나오는 다정한 태도가 많은 여자를 울렸음이 틀림없을것이라 생각했다.
"인기 많아 보이니까, 그 녀석."
그뿐만 인가. 소꿉친구는 물론이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신뢰가 높아 오사카에 놀러 갔을 때엔 저 녀석을 모르는 거리가 없을 정도였지. 녀석은 이게 자신의 인기라며 가슴을 펴 보였지만. 그런 녀석이 항상 내가 옆에 있을 때엔 나를 부르며 들러붙어온다는 게 조금은 귀여워 보이기도 했다. 아니, 정정한다. 가끔 귀엽다. 아주 가끔.
다른 사람보다도 항상 나를 먼저 부르고, 어디에 있던 그 녀석 꼭 달려오고 했으니까. 내가 에도가와 코난이었을 때에는 아프다는 소식 하나에 급히 비행기를 타고 달려왔었지. 가끔 보면 너무 지나치지 않은가도 싶다. 그런데도 그게 썩 기분이 나쁘지 않아 좋을 대로 하려니, 하고 내버려둔 기억이 있어 나도 만만치 않구나 싶어 픽 웃었다. 언제부터 그 녀석이 그렇게 나한테 매달렸더라. 지금 생각해 보면 녀석과 첫 만남 이후로 계속 그래왔던 것 같다. 너무 당연하게 느껴졌고, 오히려 요즘에는 안 보이면 괜히 서운한 기분이 들기도 할 정도라 그 녀석의 자리가 이렇게 컸던가 새삼 자각하기도 했다.
…아니, 잠깐만. 그렇게 생각하면 평소 내 머릿속을 독차지하고 있는 것은 그 녀석이 아닌가. 이제는 신이치라는 이름보다 쿠도라는 성이 더 익숙하게 느껴질 정도에 오사카에 간다고 하면 곧장 떠오르는 얼굴이 그 녀석이기도 했다.
"잠깐만…. 이러면 마치 내가…."
아니, 아냐. 그렇지. 그럴 리가 없지. 착각하고 있는 거야. 최근 그 녀석을 지겹도록 봐와서 내가 잠시 착각하고 있는 게 분명해. 고개를 절레 젓고 헛웃음을 지어냈다. 애초에 겨우 그런 이유로 사람이 좋아질 리도 없는 거니까. 그렇지. 그렇지? 답이 돌아올 리 없는 질문을 던져가며 허허 웃었다.
"쿠도?"
하하, 이제는 환청도 다 들리네.
"쿠도? 뭐야, 안 들려? 왜 멍하니 서있어?"
하하, 이제는 환영도 다 보이네.
"얌마, 쿠도. 쿠도오? 쿠도!"
하, 하하. 환영 주제에 너무 선명한 거 아냐? 마치 진짜인 것 마냥 눈앞에 서서 내게 손을 흔들어 보이는 핫토리에 미간을 찌푸렸다. 요즘 내가 이렇게 스트레스가 쌓였던가?
"쿠도! 얘가 진짜 왜 이래. 정신 차려봐, 어?"
"환영 주제에 말이 많네."
"화, 환영?"
"아무리 내가 계속 이 녀석 생각을 했다고는 해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선명할 필요 있나?"
지금 머릿속에 가득 찬 생각도 답답해 죽겠는데 이제는 환영마저 나를 괴롭힐 건 또 뭔가. 괜히 기분이 나빠 눈앞에 있는 녀석의 멱살을 잡아 올리자 감각마저도 현실같이 느껴져 크게 헛웃음을 쳤다.
"쿠, 쿠도? 자, 잠깐만! 진짜 나야! 나라니까?!"
"나가 누구야. 나는 나라는 사람은 몰라. 쓸데없는 설정까지 넣은 환영인가? 우와, 나 대단하네. 이런 상상도 할 줄 알고."
하하. 국어책 읽듯이 웃으며 잡은 멱살을 가까이 당기자 환영의 코가 내 코에 맞닿았다. 이렇게 해도 사라지지 않는 것을 보면 내가 최근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나 보다. 당분간 서재에 틀어박혀 책이라도 읽을까. 근처에 일어나는 사건 같은 건 없으려나. 그렇게 생각에 빠져 있다 문득 정신을 차리자 앞에 있는 환영이 볼은 물론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이고 눈 둘 곳을 찾기 위해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뭐야, 환영치고는 너무 디테일하지 않아? …아냐, 아니겠지. 설마….
"설마…."
"쿠, 쿠도? 정신 차렸으면 빨리 이것 좀 놔줬으면…좋겠는데."
눈을 이리저리 굴려가며 말해오는 것 하며 선명하게 느껴지는 촉감이 분명 핫토리 헤이지, 본인이라는 것을 알려 급히 손을 떼고 떨어졌다.
"하, 하, 핫토리?! 왜, 왜 네가 여기에 있어?!"
"아, 아니 그냥…. 너 안 본 지도 오래됐다 싶어서 얼굴이나 보러 갈까 하고 올라온 건데 마침 네가 보여서 왔더니…."
아니 잠깐만. 그럼 진짜? 여태 환영이 아니라 진짜 핫토리였다고?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아무리 반쯤 정신을 내놨다고 해도 그렇지! 그 순간 머릿속으로 아까의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서로의 코 끝이 맞닿을 정도의 가까운 거리의 그 풍경이. 머릿속으로.
아냐, 아냐 아냐.
제기랄…. 속으로 작게 욕을 읊조리며 자리에 그만 주저앉았다. 머릿속으로 흘러 들어와 계속 반복하는 아까의 그 장면에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어 무릎에 고개를 파묻고 한숨을 크게 뱉어냈다.
빨리 오해를 풀지 않으면 안 되는데. 잠깐 정신을 놓고 있느라 네가 아닌 줄 알았다고, 말을 해야 하는데. 눈을 감으나 뜨나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도는 저 녀석의 얼굴에 심장이 시끄럽게 뛰었다. 아니라고 해. 아니라고 하란 말이야 쿠도 신이치. 이러면 마치 네가 저 녀석을….
좋아하는 것 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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