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퀘로 작성한 글입니다.

* 주홍색 시리즈가 오기 전의 코난과 아카이.. 최근 너무 주변을 경계해서 지친 코난이 아카이를 만나러 왔다는 이야기인데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

 

 

 

 

 

 "코난 군?"

 

 

 예정에는 없었던 아이의 방문에 남자는 조금 당황한 듯한 얼굴로 아이를 바라봤다.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작은 두 주먹을 꼭 쥔 채 그저 서 있을 뿐이었다. 무슨 이유에선지는 몰라도 의문을 표하는 것은 좋지 않겠다 싶어 남자는 턱 끝까지 차오른 말을 애써 삼켜냈다. 어색한 공기가 둘의 사이를 맴돈다. 보통 때라면 조잘거리며 자신에게 말을 걸고 방으로 들어왔을 터인데 전혀 그러지 않는 아이의 모습에 남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우선 들어올래요?"

 

 

 남자의 말에 그제야 아이가 움직였다. 따로 안내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방으로 향하는 아이에 남자가 턱을 매만지며 아이의 뒤를 따랐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아직 아이를 만나는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 한참 뒤라고는 해도 앞으로 며칠 뒤의 일이지만. 어찌 되었든 남자와 아이는 아직 만나서는 안 되었다. 남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이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가녀린 두 팔로 소파를 짚어 올라가 드러누워 버린 아이가 남자에게로 눈동자를 굴린다.

 

 

 "있잖아요."

 

 

 아이의 작은 입이 조물조물 움직이며 남자를 불렀다. 그에 남자가 아이에게 다가와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작게 내뱉는 숨소리가 가늘게 들려와 남자는 저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아이에게 집중했다. 남자를 바라보던 아이의 눈이 점점 감기기 시작하고, 아이가 입을 열었다.

 

 

 "얼굴이 보고싶어요."

 

 

 그렇게 말하고 아이가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짧게 뱉어낸 숨이 지금까지 계속 긴장하고 있었다는 걸 알려주듯 작게 떨린 것이 느껴졌다. 남자의 입꼬리가 옅게 호선을 그리고 아이의 이마에 내려앉았다. 쪽,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진 남자는 검은 안경을 벗으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집어 벗어 내렸다. 옅은 분홍빛 머리에서 짙은 흑색의 머리칼로 순식간에 변해버린 남자는 아까와는 전혀 다른 남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생기가 돌아 밝게 빛나던 피부와 입술은 조금 창백하게 변해버려 사근사근한 인상은 사라지고 차가운 인상만이 남아 아이를 마주했다. 목티를 내려 차고 있던 초커의 버튼을 누르고 다시 아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가."

 

 

 그에 아이가 천천히 눈을 뜨며 남자를 마주했다. 커다랗고 푸른색을 띄는 두 눈동자가 남자를 담아내고 가늘게 휘었다. 오늘은 웃어주지 않을 것 같던 아이의 입가에 미소가 걸쳐졌다. 얼마만에 보는 미소인 건지. 아이가 남자를 향해 뻗은 두 팔이 닿기도 전에 아이를 끌어안은 남자는 아이를 가볍게 들어 자신의 품 안에 가두고 이마에 짧게 입맞췄다.

 

 

 "오늘은 별나구나."

 "그렇지도 않아요."

 "무슨 일이라도?"

 "별로요."

 

 

 그냥. 얼굴이 보고 싶었어요, 아카이 씨. 그렇게 작게 중얼인 아이가 남자의 품으로 고개를 파묻고 숨을 크게 들이켰다. 자신이 알고 있었던 아카이 슈이치 라는 남자의 향과는 전혀 다른 남자의 향이 물씬 느껴지자 아이가 작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걸 눈치챈 것인지 남자가 아이를 떨어트려 자신의 다리에 앉히고 아이를 마주했다. 아이의 큰 눈동자가 다시 남자를 담았다.

 

 

 "어리광이 심한걸."

 "이 정도는 어리광이라고 못 하죠."

 "그런가?"

 

 

 입을 삐죽 내밀고 토를 달아오는 아이에 남자가 쿡쿡 웃었다. 그래서?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으신 걸까. 남자의 물음에 아이가 고개를 돌린다.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은 건지 입을 꼭 다물고 고개를 푹 숙여버린 아이에 남자가 씩 웃으며 다시 아이를 끌어안고 소파에 몸을 눕혔다. 갑자기 옆으로 눕혀지는 몸에 아이가 남자의 옷을 꽉 붙잡았다.

 

 

 "아, 아카이 씨?"

 "별로 말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괜찮아. "

 

 

 아이의 귓가에 속삭여 오는 남자에 아이가 남자의 품에 고개를 부볐다. 고마워요. 남자의 입꼬리가 당겨진다. 아이의 동그란 머리 위에 입을 내려 맞추고 남자가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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