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팡3세 작품에 등장하는 지겐 다이스케x신이치 의 커플링

 

 

 

 

 

 남자의 입가에 미소가 걸친다. 침대 시트 위에 누워 새근새근 잠이 들어 있는 소년을 보고 있는 탓이다. 어제의 행각이 그대로 드러내듯이 새겨진 붉은 반점이 남자의 입꼬리를 당겼다. 소년에게로 몸을 틀고 손으로 머리를 받치며 소년의 자는 얼굴을 감상했다. 어린아이의 모습이나 지금이나 할 것 없이 자신의 눈에는 마냥 애기로만 보였다. 아, 취소. 아이라고만 하자. 애기라고 하면 어젯밤의 자신에 소아성애라는 죄목이 붙을 것만 같으니까. 남자가 혀를 차고 볼을 긁적였다.

 

 어두운 방 안에 달빛과 주변 건물로 통해 들어오는 불빛, 시끄러운 차의 시동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덕분에 소년의 숨소리가 귓가에 꽂혀 들어 왔다. 밤이 이렇게 좋다. 남자가 이를 드러내며 소년에게로 손을 뻗었다. 곱게 내려온 앞머리를 쓸어올리자 둥근 이마가 드러난다. 남자가 상체를 일으켜 소년의 이마로 다가갔다. 이마에 천천히 입술이 내려앉으려는 순간.

 

 

 “헹, 자는 척 하는 거 다 알고 있다, 꼬맹아.”

 “쳇….”

 

 

 남자의 말에 소년이 혀를 차고 한쪽 눈을 떠 남자를 바라봤다. 그리고 마저 눈을 뜨고 남자를 향해 활짝 웃어 보인다. 잘 잤어요? 그에 남자가 소년의 머리를 거칠게 휘저으며 웃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의 빈자리로 인해 이불이 스르륵, 소년의 허리까지 흘러내렸다. 남자가 앞의 의자에 걸쳐진 가운을 집어 대충 걸치고 침대에 의자에 앉아 담뱃갑을 집어 들었다.

 

 

 “창문 열고 펴요.”

 

 

 남자를 올려보며 소년이 말했다. 남자가 그에 코웃음 치고 담배를 하나 집어 입에 문다. 라이터를 켜기 전 자신의 긴 다리를 뻗어 창문을 열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눈이 찌푸려질 정도의 짙은 냄새와 연기가 뭉게뭉게 남자의 머리 위로 피어올랐다.

 

 

 “언제 금연할 거에요?”

 “누가? 내가?”

 “아저씨 말고 누가 또 있다고.”

 “금연할 바에 도둑을 그만두겠다.”

 

 

 남자가 장난스레 껄껄 웃으며 담배를 쪽 빨아들이고 연기를 내뿜어냈다. 그에 소년이 입을 삐죽 내민다. 매번 장난만 치지. 소년이 투덜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운대신 덮고 있던 이불로 몸을 가리고 욕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씻으려고?”

 “그럼 왜 왔겠어요?”

 “말투하고는.”

 “누가 할 소리.”

 

 

 지지 않고 대답해오는 소년에 남자가 씩 웃는다. 달빛이 반사되어 은빛으로 빛나는 재떨이에 아직 긴 담배를 눌러 끄고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충 여며두었던 가운의 끈을 푸르고 소년이 들어간 욕실로 따라 들어간다. 남자가 들어감과 동시에 소년의 비명이 울렸다. 무언가가 던져져 벽에 부딪히는 소리도.

 

 

 “여길 왜 들어와요!”

 “허! 어제 그렇게 뒹굴 대로 뒹굴면서 서로 못 볼 거 다 봐놓고 이제 와서 무슨 앙탈이냐?”

 “앙탈 아니거든요! 비켜요! 변태! 색골! 치한! 소아성애자!”

 

 

 아니 아니, 그건 아니지. 다른 건 몰라도 끝에 그건 아니지 않냐? 남자가 뒷머릴 긁적이며 소년의 허리를 잡아끌었다. 팔 안에 쏙 들어오는 소년의 허리에 남자가 속으로 혀를 찼다. 먹여도 먹여도 살이 찌기는커녕 어째 더 얇아지는 것 같단 말이야. 그런 남자의 속도 모르고 남자의 팔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소년이었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완력부터가 남다른 그였기에. 소년의 발버둥은 자신이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다리에 매달려 콩콩 남자의 종아리를 때리는 것만큼 효과가 없었다.

 

 

 “이거 놔요!”

 

 

 소년이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를 노려봤다. 씨익 씨익 거리고 있는 소년의 모습은 남자에게 있어 마냥 귀여울 뿐이다. 남자의 입꼬리가 여유롭게 당겨졌다. 뭘 하려는 거야? 소년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남자가 이를 드러내며 소년의 턱을 자신에게로 잡아당겼다. 점점 다가오는 남자의 얼굴에 소년이 두 눈을 꼭 감았다. 당장에라도 입술에 닿을 것처럼 다가오더니. 눈을 감으니 전혀 진전이 없어 소년이 조심스레 눈을 떴다.

 

 웃음소리는 새어 나오지 않았지만 듣지 않아도 충분할 정도로 남자의 표정이 남자의 기분을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 또 속았다! 소년이 이를 갈며 남자의 목덜미로 고개를 파묻고 입을 크게 벌려 한 입!

 

 

 “악!!”

 

 

 남자의 비명이 욕실에 울려 퍼졌다. 그에 만족스럽다는 듯이 소년이 씩 웃으며 자신이 세게 문 자리를 혀로 핥고 고개를 떼었다.

 

 

 “내가 당하기만 할 것 같아요?”

 “이 꼬맹이가….”

 

 

 도발적으로 웃어 보이는 소년에 남자의 입근육이 실룩인다. 그래,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이번에는 남자가 소년의 목덜미로 고개를 묻었다. 목덜미가 아닌 쇄골로 빠르게 내려가 튀어나온 뼈를 작게 깨물어 올린다. 아악!! 한 층 올라간 톤으로 소년이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걸 달래주듯 쪼옥 빨아들인다. 입을 떼기 전 혀로 자국을 핥아주고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어떠냐. 남자가 얄밉게 웃어 보였다. 싸움은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

 

 

 

 

 

 그렇게 수십번, 아니 수백 번을 서로를 깨물어주기를 반복하다 또 관계를 맺어 버린 두 사람이 한 욕조에 들어가 뜨거운 물에 몸을 달랬다. 서로의 몸에는 새빨간 자국과 잇자국이 가득했다. 갓 새겨넣은 것도 있어 조금 쓸어내리면 욱신거려오는 것에 남자가 미간을 찌푸린다.

 

 

 “그러게 왜 싸움을 걸어요.”

 “허, 누가 할 소리.”

 

 

 아까와 비슷한 패턴에 소년이 한숨을 턱 뱉었다. 이 남자를 누가 말리겠는가. 소년이 어깨에 힘을 풀고 남자의 가슴팍에 몸을 기대었다. 그의 넓은 가슴이 소년의 몸을 받아준다. 욕조에 있는 탓인지 노곤 노곤해져 오는 기분에 소년이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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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팡3세 작품에 등장하는 지겐 다이스케x코난 의 커플링






 “어이, 꼬맹아.”

 


 손등에 털이 잔뜩 난 손으로 모자를 더 깊게 눌러쓰며 남자가 옆에 앉아 있는 아이를 불렀다. 아이는 남자의 부름을 무시한 채 앞에 놓인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레몬파이에 시선을 고정했다. 새큼한 향이 아이의 코를 자극한다. 아이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에 남자가 한숨을 픽 뱉고 아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아이는 남자를 보지 않는다. 접시 위에 올려진 포크를 쥐고 파이의 한 부분을 베어 입으로 가져와 우물거린다. 행복한 듯 붉어지는 아이의 볼에 남자가 웃었다.



 “애는 애구만.”

 “아까부터 시끄러워요, 아저씨.”



 입 안에서 파이를 우물거리며 아이가 남자를 쪼았다.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의 머리로 손을 뻗어 곱게 빗겨진 머리를 마구 헤집었다. 입 안의 파이를 꿀꺽 삼킨 아이가 남자를 노려본다. 남자가 급히 손을 떼고 어깨를 으쓱였다. 갈 곳 없는 손을 주머니에 다시 찔러 넣고 다시 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느새 파이는 포크에 두 번이나 당한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의 작은 볼이 우물우물 움직였다. 이렇게 보면 그냥 귀여운 꼬맹이인데. 남자의 입꼬리가 당겨졌다.



 “아까부터 뭐에요?”

 “뭐가 말이냐?”

 “왜 자꾸 보느냐고요.”



 아이가 처음으로 남자에게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마주했다. 남자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글쎄. 왜일까. 아이의 시선이 날카롭게 변했다. 이젠 시선으로 사람을 찔러오는 아이에 남자가 고개를 돌린다. 왼쪽 무릎에 올려둔 오른 다리를 내려 반대쪽 다리를 올리고 다리를 쭉 뻗었다. 남자의 긴 다리가 탁상 위에 올려진다.



 “사람이 먹고 있는데 더럽게 그걸 올려야겠어요?”

 “헹! 내가 언제 그런 걸 신경 썼냐? 꼬맹이.”

 “예의 없기는.”

 “도둑한테서 예의 찾지 마시지.”



  어딘가의 누구 씨와는 다르게 예의라고는 쥐뿔도 없는 ‘아저씨’에 아이의 입꼬리가 실룩인다. 짧게 한숨을 뱉고 아이가 다시 파이로 시선을 옮겼다. 다시 파이를 포크로 베어 입에 물었다. 언제 먹어도 맛있다니까, 레몬파이. 아이의 작은 볼이 우물우물 거리며 꿀꺽, 하고 파이를 삼켰다. 목 울림마저 작게 울리는 것에 남자가 속으로 코웃음 쳤다.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아이를 훑었다. 저 작은 몸집이 매번 그런 위험한 일에 휘말리는 것도 모자라, 수많은 사건을 해결해왔다니 겉모습만 봐선 믿기지 않는 사실이다. 안에 있는 사람이 반쯤 다 큰 고등학생이라고는 해도 그렇지. 남자가 고개를 까딱였다. 그러자 어느새 반쯤 사라진 파이가 눈에 들어온다.



 “허! 한 입도 안 주고 그렇게 홀랑 다 먹어버리기냐?”

 “이건 제가 제 돈 주고 사온 건데 왜 아저씨를 줘요?”

 “언젠 아빠라며?”



 입꼬리를 실룩이는 남자의 말에 아이가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남은 파이 조각을 순식간에 입안에 털어 넣고 입을 우물거린다. 아이의 눈이 가늘게 휘며 남자를 조롱했다. 허! 아이의 행동에 어이가 없어진 남자가 헛웃음을 뱉었다. 이 꼬맹이가? 남자가 다리를 고쳐 앉고 아이에게로 몸을 틀었다. 갑작스러운 남자의 행동에 아이가 움찔한다.



 “매번 말했지.”

 “아, 아저씨?”



 남자의 얼굴이 아이에게 점점 다가왔다. 남자의 긴 턱수염이 아이의 턱을 간질인다. 아이가 남자에게서 떨어지기 위해 뒤로 물러섰지만, 남자에게 붙잡혀버린 손목이 그렇게 못 하도록 했다. 아이가 식은땀을 흘리며 침을 꼴깍 삼켰다.



 “어른을 놀리면”



 남자의 입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층 더 가까워진 남자에 아이가 고개만이라도 뒤로 젖히려 애를 쓴다. 안타깝게도 그마저 남자의 다른 손에 의해 저지당한다. 아이의 뒤통수를 붙잡고 자신에게 더 가까이 한 남자에 아이가 두 눈을 껌뻑였다. 아이의 머리가 굴러간다. 이 상황을 어떻게 벗어나면 좋을까.



 “아, 아빠…?”

 


 아이가 선택한 것은 작은 애교였다. 사실 그런다고 남자가 넘어갈 것 같진 않았다. 알면서도 우선 뭐든 던지고 보자는 마음으로 아이가 활짝 억지웃음을 지어 보인다. 어떻게 해서든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남자는 눈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겨우 저런 애교에 넘어갈 남자가 아니다. 남자의 입꼬리가 귀에 걸리듯 당겨지자 아이의 볼에 식은땀이 흐른다.



 “못 쓴다고 했지?”



 남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아이의 얼굴을 덮쳤다. 아이가 두 눈을 꽉 감았다. 어디에 부딪힐지 모르는 남자에 잔뜩 긴장하며 감각을 모았다. 그렇게 눈을 감고 기다리기를 2초, 3초…. 이상하게 아무런 느낌이 없어 아이가 한쪽 눈을 조심스레 떴다. 코가 맞부딪힐 정도로 다가온 남자가 이를 드러내며 코앞에서 웃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코를 콱 깨물고 남자가 멀어졌다.



 “아파!!”

 “하하! 그것참 쌤통이군!”



 아이의 비명에 남자가 경쾌하게 웃었다. 무릎을 탁 치면서 정말 재미있는 구경을 했다며 경쾌하게 웃는 남자에 아이가 빨갛게 달아오른 코를 붙잡고 남자를 노려본다.



 “다음은 코를 깨문 것만으로 끝나지 않을 거다, 꼬맹이.”



 모자를 살짝 올려 눈을 드러낸 남자가 아이를 내려 보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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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판 3기 세기말의 마술사의 등장인물 '포사청란'과의 커플링 요소가 붙습니다.

* 거부감 있으신 분들은 뒤로가기!

 

 

 

 

 

 여자는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아,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바깥 공기. 밤이라 조금 쌀쌀하게 느껴지는 바람이 조금 아쉬워 입맛을 다신다. 그 날과 같은 보름달이 뜬 밤이다. 수두룩하게 꽂혀있는 별들이 달의 빛을 가린다. 여자가 어깨를 돌리며 가뿐히 몸을 풀었다. 그때, 사이렌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나는 이미 밖인데, 인제야 찾아내다니. 멍청한 경찰들. 여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여자는 탈옥하며 자신을 도왔던 철사를 옷으로 대충 닦고 바닥으로 던졌다. 작은 쇳소리가 짧게 울리는 사이 여자는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붉은빛을 띄며 날카롭게 울리는 사이렌 소리만이 남아 맴돌았다.

 

 

 

 

 날은 평화로웠다. 학교를 마치고 여느 때처럼 친구들과 하교를 하며 시시한 게임이나 만화 이야기를 즐기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가끔 수상한 냄새가 나면 가던 길을 멈추고 아이들의 장난에 어울리는 평화로운 일상이어야 했다. 친구들 뒤를 따라 걷고 있던 아이가 순식간에 누군가의 손에 잡혀 골목길로 빨려 들어갔다. 안타깝게도 아이의 친구들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아이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한다. 아이가 침을 꼴깍 삼키고 애써 흥분한 가슴을 억누르며 상황을 빠르게 파악했다. 벗어나야 한다. 마침 오늘은 마취총도, 신발도 모두 준비되어 있었다. 범인의 눈을 피해 마취총을 쏘거나 신발을 사용하면 금세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아이는 생각했다.

 

 

 "경계하기는. 오랜만이구나, 건방진 꼬마야."

 

 

 연한 회색빛의 눈동자. 날카로우면서도 선한 인상을 주는 눈동자가 아이를 응시했다. 붉은 입술이 실룩거리며 싱긋 웃는다. 아이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이의 입을 막고 있던 손이 떨어져 여자의 볼로 옮겨졌다. 여자는 볼로 떨어진 머리카락을 귀에 걸치며 다시 아이에게 시선을 맞췄다. 아이의 입이 천천히 벌어지며 입술이 처진 것이 보인다.

 

 

 "당신이, 어째서 여기에?"

 "글쎄. 어째서일까."

 

 

 여자의 입술이 호선을 그린다. 여자의 품에서 벗어난 아이가 재빠르게 신발의 장치로 손을 옮긴다. 여자가 두 손을 들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렇게 경계하지 말아줄래? 난 지금 아무런 흉기도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이거 봐. 열 손가락을 까딱이며 여자가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아이의 태세는 변치 않았다. 신발의 장치 위에 대기하고 있던 손이 한쪽 손목에 찬 시계로 옮겨졌다. 발을 쓰는 것보다 이러한 근접전이라면 손목의 마취총을 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아이가 입꼬리를 당기며 여자를 바라봤다.

 

 

 "당신은 분명 시라토리 형사님께 잡혀 지금쯤 철창 안에 있어야 할 텐데요. 왜 여기 있는 거죠?"

 "지루해졌어."

 "뭐라고요?"

 "철창 안은 이제 지루해졌어. 아, 그렇다고 킬러를 계속하겠다는 뜻은 아니야. 인제 와서 한 번 붙잡혔던 나한테 의뢰를 할 사람도 없을 테고. 사람을 죽여서 번 돈도 지금 이 상황에서는 쓰지도 못하지."

 "그래서 어쩌라는 거죠? 목적이 뭐에요?"

 

 

 여자가 다시 한번 머리를 정리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탈옥하는 와중에도 어디선가 구한 것으로 보이는 짧은 원피스가 허벅지께로 올라갔다. 시선을 떨어트렸던 아이가 다시 고개를 올려 여자를 마주했다. 아이의 귀가 아까보다 조금 붉어져 있다. 어린아이긴 어린아이네. 여자가 작게 코웃음 친다. 그걸 그새 들었는지 아이가 미간을 찌푸리며 여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까부터 뭐하자는 거예요?"

 "지쳤거든. 사람을 죽이는 일도 누군가를 연기하는 것도. 지금의 난 스콜피온이 아닌 그저 포사 청란이야."

 

 

 아이를 향해 여자가 웃었다. 왠지 씁쓸해 보이는 듯한 미소에 아이가 눈살을 찌푸렸다. 골목 밖의 웅성거림이 골목길 안을 맴돈다. 평화로운 바깥의 분위기와는 정반대의 공기를 풍기는 골목은 조용하다. 아이가 팔짱을 끼고 팔에 손가락을 톡톡 떨어트렸다. 여자는 가만히 앉아 벽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고 있다. 상당히 지쳐 보이는 얼굴. 아니, 안 된다. 범죄자에게 동정은 해선 안 돼. 아이가 고개를 저었다.

 

 

 "대체 무슨 일인데요?"

 "글쎄."

 "쳇…. 그럼 왜 날 찾아온 건데요?"

 

 

 아이의 말에 여자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꺾어 아이를 마주했다.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아이의 어깨가 움찔한다. 여자의 만면에 가득해진 웃음이 아이를 향했다. 아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제야 여자가 말했다.

 

 

 "너의 명 추리가 다시 한번 더 보고 싶었어."

 * 유사쿠 시점으로 진행되는 아카코

 

 

 

 

 

 오랜만에 연락하는가 싶었던 아들이, 처음으로 꽤 진지한 부탁을 해왔다. 한 남자로 변장해 잠시간 그 남자의 연기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부탁 내용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내가 문제 삼고 있는 것은 그 남자와 본격적으로 엮인 그 날 이후로 바뀐 아들의 상태다. 굳이 내쪽에서 언급하기 전에 말을 얼버무리고, 시선 정리가 똑바르지 않은 것을 보면 무언가 내게 단단히 숨기고 있음이 분명했다.캐묻는 것도 좀 그렇다 싶어 먼저 이야기를 꺼내오길 기다렸지만 아들의 태도를 봐서는 한참이 걸릴 듯싶다. 그러니 이번 부탁을 들어줄 겸, 잠시간 아들의 상태를 살펴볼까 한다. 정확히는 아들이 숨긴 것을 캐내는 것이 목적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했던 조금 전 과거의 나를 후회한다. 길진 않아도 길게 산 삶에서 처음으로 한 후회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남자를 집에 들인 것이 문제인가? 아들을 미국으로 데려가지 못한 것인가? 따지고 보면 원인을 제공할 법한 일은 더 수두룩 했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 깊이 찾아오는 편두통에 이마를 짚었다.

 

 

 

 

 

 먼저 사건의 발달은 이러했다. 밥의 준비를 마쳐 서재에 틀어박혀 있는 아들을 부르러 간 그가 한동안 서재에서 나오지 않아 직접 찾으러 갔었다. 문 앞에 다다르자 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신경 쓰여 아들과 그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는가 싶었다. 그리고 난 그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고 문에 귀를 대었다. 희미하게 들려오던 목소리들이 점점 똑똑히 들려오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요! 스, 바루…씨!'

 '괜찮아요, 어차피 밖에는 안 들린답니다.'

 '하지만 유사쿠 씨가 찾으러 오면…'

 '아마 아직 주방에 계실 거예요.'

 

 

 …? 이게 무슨 대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귀를 더 붙였다. 남자와 자신의 아들, 두 사람의 목소리인 것은 분명했다. 이야기의 상황상 남자가 아들에게 무언가를 하려고 하고 있고 아들은 내가 있으니 자제하라는 투였다. 자 그럼, 두 사람이 내게 비밀로 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 무얼까. 추리해내지 않아도 뻔히 나오는 답이 한 가지 있긴 했다. 그것이라 생각하고 싶지 않은 그런 상황이.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 문을 벌컥 열었다. 나는 내 예상, 또는 추리가 들어맞았을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 하지만 그것이 언제나 그렇다고 말할 순 없는 법이다. 두 사람의 시선이 내게 닿자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주 절경이로군."

 

 

 다행스럽게도 나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아버지처럼 냉랭하고, 편견이 강하며 아들의 사랑을 쉽게 방해하는 그런 아버지가 아니다. 아마도. 한 번 올라간 입꼬리가 두 사람을 놀리듯 진정되지 않았다. 나는 웃음을 유지한 채 두 사람을 거실로 불렀다. 그리고 두 사람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내 발걸음은 먼저 거실로 향했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 이른다. 거실로 따라 나온 두 사람은 변명조차 하지 않았다. 가만히 정좌를 한 채로 내게 시선을 맞추지 않은 채 머리를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릴 정도였다. 물론, 남자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저 소리의 주인공은 내 아들 녀석이겠지.

 

 

 "어디 변명이라도 해봐라, 코난 군."

 "……."

 "그럼 당신이 해보시죠, 오키야 스바루 군. 아니, 그 몸뚱일 움직이는 건 오키야 씨가 아닌 아카이 슈이치 군이니 자네가 대답해보게."

 

 

 남자가 시선을 돌린다. 허어…. 자동으로 나오는 한숨에 고개를 저었다. 안경을 벗고 눈을 꾹 눌렀다. 이제야 저녁때인데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 의 이야기도 아니고 아들을 아니, 초등학생의 남자아이를 다 큰 30대의 성인 남성이 감히. …입에 담지도 못 할 말에 고개를 떨궜다. 

 

 아까의 대화를 떠올려 보면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이 분명했다. 다시 머리가 지끈거려온다. 이런 식으로 아들의 처녀 상실을 알고 싶지 않았다. 동정 상실도 아니고, 처녀라니! 앞 기둥도 아닌 뒷구멍이라니! 숨이 턱 막히는 게 느껴졌다. 이런 상황에 어떤 대처가 좋을지 감이 잡히지 않아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 누가 이런 상황을 능숙하게 대처하겠는가. 다 큰 아들도 아닌 아직 초등학생인 자신의 아들이 성인 남성과 함께. 아니, 아니다. 말하지 말자.

 

 

 

 

 

 

 

 

 아아, 유키코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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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조직AU 포함되어 있습니다.

 

 

 

 

 

 심장이 쿵쾅 뛰는 게 너에게 들릴까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거칠어지는 숨을 애써 천천히 뱉어가며 내가 긴장한 것을 너에게 알리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한다. 떨리는 눈동자에 나를 담은 너를 마주했다. 그것도 잠시, 우리를 비춰주던 달빛이 검은 먹구름에 집어 삼켜졌다. 달빛이 사라진 이 공간에 남은 것은 너의 곧고, 올바른 푸른 눈이었다.

 

 

 

 

 

*

 

 

 

 

 

 평화롭던 오후의 어느 시간. 평소라면 펑, 하는 폭파음과 함께 검은 연기가 뭉개져 나올 시간이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아이의 커다란 탄성이 집 밖으로 울려 퍼진다. 누군가를 급히 부르는 아이의 목소리는 꽤 들떠있었다.

 

 

 "박사님!! 빨리요!"

 "아이고, 알았다!"

 

 

 아이의 부름에 헐레벌떡 달려온 아가사는 흐르는 땀을 닦으며 아이의 옆에 섰다. 아이는 자신이 만지고 있던 컴퓨터를 가리키며 들뜬 목소리로 말을 늘어놓았다. 아이가 찾아낸 것은 그가 그토록 찾아 헤매오던 조직의 어떠한 정보였다. 알아낸 내용은 이러했다. 조만간 조직의 일원과 한 기업이 뒷거래를 진행할 예정으로 날짜는 앞으로 이틀 후, 자정이 조금 지난 뒤로 나타났다. 아이가 홍조를 띄우며 아가사를 바라봤다. 아이와는 다르게 아가사의 표정은 어두웠다.

 

 

 "신이치. 꼭 네가 직접 가야겠니?"

 "무슨 말씀이에요? 당연히 제가 가야죠! 그 녀석도 없는 지금, 저한테 기회는 이것 뿐이라고요!"

 "그건 그렇긴 하지만…. 아이 군이 말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일리는…."

 "그럴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간신히 굴러들어온 정보를 발로 찰 순 없잖아요?"

 "신이치."

 

 

 괜찮아요, 박사님. 약속했잖아요, 그 녀석이랑. 쉽게 목숨은 버리지 않겠다고. 그렇게 말한 아이의 눈은 빛이 났다. 당장에라도 장소에 달려가 잠복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으로 아이는 주먹을 꽉 쥐었다. 아가사가 한숨을 푹 내쉬며, 아이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래, 힘닿는 데까지 도와주마. 아이가 웃었다. 고마워요, 박사님. 새어 들어오는 햇빛이 아이를 반긴다. 아이의 안경이 햇빛에 반사되어 아이를 가렸다.

 

 

 

 

 

*

 

 

 

 

 

  드디어 약속의 날짜가 돌아왔다. 아이는 손목에 찬 시계의 침을 확인했다. 몇 번째 확인한 것인지 그때마다 시간이 머릿속에 남아있다. 작게 심호흡을 하며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조금 있으면 자정이 찾아온다. 신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간단히 확인하고, 보드를 숨겨둔 장소를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아이는 주변을 살폈다. 손목시계에서 느껴지는 째깍 소리가 심장과 함께 박자를 맞춘다. 심장 소리가 커지는 것을 느끼며 아이가 눈을 꽉 감았다 떴다. 그때, 수풀 속에서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 빠르게 시선을 굴렸다.

 

 수풀 사이에서 등장한 것은 덩치가 작고 마른 체형의 남자였다. 안경을 쓰고 콧수염이 달린 것이 아무래도 거래 상대인 모양이다. 그렇다면 조직의 녀석들은? 아이가 재빠르게 주변을 눈으로 훑었다. 하지만 방금 등장한 남자 외의 인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이는 의문을 표하며 자리를 이동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그 순간 뒤에서 자신의 손목을 낚아챔과 동시에 큰 손이 입을 틀어막는다.

 

 너무 깜짝 놀란 나머지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몸에 잔뜩 힘을 줬다. 손목이 붙잡힌 이상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킥력을 강화시켜주는 신발뿐이다. 이걸 어떻게 작동시킬까, 고민하던 찰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이런, 명탐정. 발버둥 칠 생각 말아요."

 

 

 익숙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아이의 귀를 간질인다. 아이의 커다란 눈이 두어 번 깜빡이더니 고개와 함께 시선을 올렸다. 그곳에는 검은색의 실크햇을 푹 눌러쓴 남자가 아이를 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입이 틀어막혀 나오지 않자 아이가 발버둥 치며 남자의 손을 깨물었다. 작은 신음과 함께 남자가 급히 손을 뗐다.

 

 

 "아파라…! 갑자기 깨무는 게 어디 있어! 명탐정이 개야?"

 "너, 네가 어떻게 여기에 있어?"

 "제가 있으면 안 되는 이유라도?"

 

 

 아이의 물음에 어깨를 으쓱이며 답하는 남자는 여유가 실려있었다. 그와 다르게 아이는 식은땀을 흘리며 떨리는 눈동자로 남자를 바라보고 있다. 남자는 꽤 즐겁다는 듯이 입꼬리를 당겼다. 아이가 재빠르게 손목으로 손을 옮겼다. 한쪽 손목에 차 있는 시계를 열고 녀석에게로 향한다. 아이가 침을 꼴깍 삼켰다. 그에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얼굴은 평소에 아이가 보던 남자가 맞았다. 하지만 평소라면 새까만 밤하늘에 수놓듯 새하얀 정장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던 남자가, 새까만 정장과 새까만 모자를 착용하고 검은색의 장갑을 착용하여 아이의 눈을 의심케 하였다. 오로지 검정 일색으로 변한 남자의 모습에 아이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아이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갔다. 그리고, 아이가 잔뜩 경계심을 잔뜩 담은 눈으로 남자를 바라봤다.

 

 

 "하하, 들켰어?"

 "너, 그 모습 뭐야?"

 "이미 알고 있잖아."

 

 

 아이가 침을 꼴깍 삼켰다. 떨리는 작은 입술이 조금 열리며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어째서…?"

 "어째서일 것 같아? 너라면 알 텐데. 추리해봐. 언제나처럼."

 

 

 남자의 한쪽 입꼬리가 더 올라갔다. 아이의 볼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날카로워진 눈동자가 작게 떨리는 게 남자의 눈에 들어왔다. 아이가 작은 손을 남자에게 뻗었다. 남자의 바지를 붙잡고 작게 떨고 있는 아이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남자를 올려봤다. 한없이 작아 보이는 아이에 남자의 웃음이 점점 쓰게 변한다. 그리고 빠르게 다리를 접어 아이와 시선을 맞추고 아이의 귓가에 입을 가져갔다.

 

 

 "아직 널 잃고 싶지 않았는데."

 "키…!"

 "잘 자요, 명탐정. 다음에 만나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남자의 말을 끝으로 커다란 손과 함께 손수건이 아이의 코와 입을 틀어막았다. 알코올로 뒤섞인 향이 코끝을 찔러 들어온다. 아이는 곧장 정신을 잃고 남자의 품에 쓰러졌다. 남자가 작게 한숨을 뱉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정신을 잃는 와중에도 자신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잡고 있었던 작은 손이 자신을 붙잡고 있다. 남자는 아이의 손가락을 하나씩 벌려 손을 떼고 아이를 눕혔다. 볼에 짧게 키스한 남자는 아이를 뒤로하고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듯한 소리에 아이가 천천히 눈을 떴다. 잔뜩 걱정이 담긴 얼굴로 자신을 애타게 부른 것은 아가사였다. 그 모습에 아이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살폈다. 시간은 어제보다 한참이나 더 지난 듯싶다. 아이가 주먹을 땅에 꽂았다. 작은 주먹이 땅에 꽂혀 바르르 떨린다.

 

 

 "박사님, 지금 몇 시예요?"

 "어어? 자, 잠시만 기다려봐. 그래, 7시구나."

 "젠장!"

 

 

 작은 입에서 욕지거리가 새어 나온다. 아이의 모습에 아가사는 적잖이 당황한 듯싶었다. 아이는 입술을 잘게 씹으며 뒷머리를 마구 헤집었다. 아니, 아니야. 단서가 남았을지도 몰라. 아이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특별히 보이는 것은 없었다. 아침이 되어 풀에 맺힌 이슬들이 새롭게 생긴 것 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 누가 대 괴도님 아니 시랄까 봐. 흔적도 없어진 사라진 남자에 아이가 욕지거릴 뱉었다.

 

 그때, 아가사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아이에게 건넨다. 아가사가 건넨 것은 엽서 크기의 카드였다. 카드의 구석에는 괴도 키드가 보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그려진 마크가 적혀 있었다. 마크를 보자마자 아이가 카드를 빠르게 뺏어 들었다.

 

 

『 노을의 바다에 빠져 떠오른 달이 하늘에 떠올랐을 때,

이 세상에 하나뿐인 보석을 들고

당신이 잠에 드는 그 시간

 당신이 원하는 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

 

 

 아무리 봐도 이 카드는 자신을 향한 도전장임이 분명했다. 아이가 카드를 꾸겨 잡고 벽을 내리쳤다. 그래, 이렇게 나오시겠다. 어디 어떻게 되나 한번 보자, 괴도 키드. 분노, 슬픔, 배신. 여러 감정이 뒤섞여 알 수 없는 감정으로 거칠게 숨을 뱉으며 아이가 중얼거렸다. 아이는 아가사에게 매달렸다.

 

 

 "박사님, 차는요!"

 "저 앞에 세워뒀다. 왜 그러냐, 신이치? 뭔가 알아낸 거냐?"

 "네. 건방지게 내 앞에서 도망친 녀석이 언제 어디에 나타날지 똑똑히요."

 

 

 아이가 웃음을 흘린다. 아가사는 아이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언제나의 일이기에 그러려니 싶어 아이를 차로 안내했다. 내가 잠에 드는 시간. 이 세상에 하나뿐인 보석. 퍽 재미있는 암호로군. 너무 시시해서 하품이 다 나올 정도야. 카드에 적힌 내용을 떠올리며 아이가 픽 웃었다. 아가사는 그런 아이가 의아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언제나의 일이었기에 아가사는 고개를 절레 저었다.

 

 

 

 

 

*

 

 

 

 

 

 새빨간 노을이 하늘을 뒤덮자 검정 일색의 망토가 바람에 따라 휘날린다. 남자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고 하늘을 올려봤다. 좋은 바람이야. 검정의 장갑을 낀 손을 하늘로 뻗었다. 잡힐 듯 말듯한 하늘이 뒤숭숭한 마음을 대변해준다.

 

 

 "그런 꼴로 감성팔이라니."

 "어라, 조금 늦었네요?"

 "혼자서 이 몸으로 여기까지 온다고 생각해 봐."

 "그것도 그렇군요. 작은 몸이란 건 편리할 때도 있지만 불편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알면서 그런 짓을 잘도. 아이의 말을 끊고 남자가 경쾌하게 웃었다. 어깨를 으쓱이며 남자가 손을 뻗는다. 아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남자에게 경계태세를 취했다. 손목시계를 열고 남자에게 맞추며 아이가 입을 열었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거야. 장난은 아니지."

 "장난이었으면 하는 거예요?"

 

 

 하하. 아이가 웃는다. 그에 남자가 미소 지었다.

 

 

 "어찌 되었든 간에 너는 내 적이야.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았지. 안 그래? 괴도 씨."

 

 

 아이의 말에 남자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으며 모자를 벗어 가슴께로 옮기고 다른 한 손으로 망토를 펼치며 아이에게 허리 숙였다.

 

 

 "맞아요. 그리고 당신 같은 명탐정에게 잡히는 괴도만큼 영광도 없지요."

 

 

 말을 마치고 다시 모자를 푹 눌러쓴 남자가 웃음을 흘리며 품 안에 숨겨둔 권총을 꺼내 들었다. 안전장치를 풀고 아이에게 겨누자 아이도 기다렸다는 듯이 신발을 고쳐 신었다.

* 리퀘로 작성한 글입니다.

 

 

 

 

 

 

월하의 마술사 괴도 키드. 달빛으로 빛나는 밤하늘 아래 새하얀 망토를 두르고 푸른 리본이 곱게 매듭지어 아름답게 실크햇을 장식한다. 아름답게, 또는 우아하고 화려하게. 그리고 신사적으로. 소중한 보물을 손에 담는다. 그것이 괴도 키드의 방식.

 

 

 

 서늘한 바람이 몰아치는 옥상에서, 난간에 올라타 보름달을 향해 서 있던 남자가 소년의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숙였다. 달빛을 반사하듯 들고 있던 보석은 소년의 등장과 함께 남자의 품 안으로 모습을 감춰버렸다. 오늘은 또 어떻게 달랠까. 소년은 입꼬리를 당기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남자에게 다가갔다. 

 

 

 "오늘은 또 요란하시네요."

 "호오?"

 

 

 바람에 흩날리는 망토를 등 돌리고 남자가 소년을 마주했다. 모노클에 달린 줄이 바람에 흔들려 시야를 방해하자 남자가 한번 고개를 틀고 난간에서 내려왔다. 소년보다는 한참 큰 신장이라 시선을 올려 그에 눈을 맞추자 남자가 미소 짓는다.

 

 

 "그 보석, 돌려주시죠?"

 "글쎄. 명탐정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요."

 "도이치 씨."

 "지금은 괴도 키드랍니다, 명탐정."

 

 

 어깨를 으쓱거린 남자의 미소가 짙어진다. 남자의 특유 미소는 저런 모습이 되어도 변하지 않는다. 소년은 짧게 한숨을 뱉고 남자에게 다가갔다. 남자는 언제나처럼 나를 경계하지 않고 소년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린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갈 때마다 남자의 분위기가 변해가는 것이 느껴진다.

 

 

 "돌려줘요."

 "대가는?"

 "뭘 원해요?"

 "당신은 탐정이죠? 그렇다면 이 괴도가 원하는 것도 쉽게 알아맞힐 수 있겠죠."

 

 

 남자가 웃음을 흘렸다. 이번엔 또 뭘 원하는 걸까, 이 아저씨. 고개를 갸웃하고 팔짱을 껸 채 남자를 노려봤다. 다른 때와는 다른 화려한 마술에 요란한 도주 방식까지, 적나라하게도 오늘은 평소와는 다른 것을 원한다고 말하고 있긴 했다. 시선을 돌려 남자를 살폈다. 여유 있는 얼굴로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소년을 내려보는 시선이 꽤 따뜻한 편이다. 그렇다는 건 기분은 좋은 편. 뭐, 안좋은 적이 있겠냐만은. 입꼬리가 평소보다 더 당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무언가를 잔뜩 기대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모노클에 가려져 눈은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특히나 실크햇으로 그늘이 진 탓에 표정을 읽기가 어려워 눈살을 찌푸렸다. 남자의 어깨가 움직인다.

 

 

 "간단한데 말이죠."

 "적어도 모자나 벗고 말해요. 반 이상은 가려두고 저보고 뭘 추리해내라는 거에요?"

 "하하, 표정에 너무 의존하면 좋지 않다고 말하지 않았던가요?"

 

 

 잔소리. 소년이 입을 삐죽이자 남자가 소리 내며 웃었다. 퍽 즐거워 보인다. 말없이 손을 뻗어 손가락을 까딱거리자 이번에는 그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빨리 돌려줘요. 보석."

 

 

 말을 덧붙이자 그제야 남자가 깨달았다는 듯이 표정이 바뀐다. 허! 이 아저씨가 진짜. 입 근육이 씰룩거림과 동시에 소년이 눈살을 찌푸렸다. 보란 듯이 품에서 꺼낸 보석을 소년의 앞에서 돌리며 자랑하는 남자에게 이마를 짚었다. 보석이 돌려지며 달빛을 소년에게 반사한다. 짧게 한숨을 뱉고 남자에게 다가가 앞에 서자, 그걸 기다린 건지 남자가 소년의 손목을 잡아채 자신의 품 안에 가둔다.

 

 망토로 소년을 감싸 안은 남자가 그제야 자신을 가리던 실크햇을 벗고 소년을 마주했다. 남자의 등 뒤에서 내려오는 달빛에 소년이 침을 꼴깍 삼켰다. 남자가 소년의 이마에, 콧등에, 입술에 쪽, 소리가 나게 입을 맞췄다. 간지러운 느낌에 소년이 눈을 살며시 감자 그 위로도 입을 맞춰온다.

 

 

 "그, 그만 해요."

 "부끄러워졌니?"

 "도이치 씨, 정말…!"

 "하하, 알겠다. 장난은 이쯤 하지."

 

 

 남자가 경쾌한 웃음을 흘리며 소년을 꼭 끌어안았다. 남자가 얼굴을 비벼오자 남자의 콧수염이 소년의 볼을 간지럽혔다. 소년이 얼굴을 조금 피하자 남자가 소년의 턱을 들어 올려 입을 맞췄다. 야릇한 소리가 공간에 울려 퍼진다. 각도를 틀어가며 입을 맞추던 남자가 소년의 입 안으로 혀를 쑤셔 넣었다. 소년보다는 큰 혀가 입안을 휘두른다. 깊게 찔러넣은 혀가 입천장을 쓸자 소년이 허리를 떨었다. 곱게 나열된 치열을 천천히 훑으며 뻗어오는 소년의 혀를 앞니로 살짝 깨물자 소년이 작게 신음을 흘렸다. 그와 같이 흘러나오는 남자의 낮은 숨소리가 소년을 더 자극한다.

 

 

 "도, 이치 씨…, 그, 만…!"

 "대가, 치러야지?"

 

 

 소년의 애원에 웃음을 흘리며 짧게 입 맞춘 남자는 소년의 목덜미에 고개를 파묻었다. 자신으로 인해 바르르 떨고 있는 소년에 흥분감이 주체되지 않는다. 얇은 선을 혀로 따라 훑었다. 허억, 소년이 눈을 꽉 감았다. 어느새 밤의 찬 기운으로 인해 차가워진 남자의 장갑은 소년의 셔츠 속으로 파고들어 매끄러운 살결을 쓰다듬고 있다.

 

 

 "자, 잠깐만. 여기서 하려고?"

 "말이 짧구나."

 "여…, 여기서 하려고요?"

 "뭐 문제라도 될까?"

 

 

 정말 몰라서 묻는 걸까. 소년이 남자를 밀어내려 손을 뻗자 그마저 남자의 큰 손에 잡히고 만다. 어느새 남자에게 매달려 있는 꼴이 된 소년이 귀를 붉혔다. 아니, 귀만 붉힌 것은 아닐 것이다. 소년에게로 파고든 손이 소년의 허리를 천천히 훑어 올리며 척추를 쓸어내렸다. 찬 것이 무방비한 자신의 등줄기를 훑어내리자 소년이 허리를 바르르 떨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런, 그러다 상처 날라."

 

 

 그에 남자가 다시 입을 맞췄다. 소년이 깨물은 곳을 혀로 달래듯이 핥아주자 소년이 슬며시 눈을 떴다. 남자의 짙은 청안에 소년의 얼굴이 담겼다. 남자의 눈에 비친 자신은 남자에 홀린 듯한 눈으로 남자를 마주 보고 있었고, 눈에 보일 정도로 붉어진 귀가 괜히 자신을 간질였다. 주변의 불빛이 꺼지고, 달빛만이 세상에 내려와 두 사람을 비춘다. 소년은 잘게 웃으며 남자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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